오늘의 넋두리. 2024.03.22.(금)
♣ 참 우정 (友情) ♣
명심보감에 노요지마력(路遙知馬力)이요, 일구견인심(日久見人心)이라.
즉 "말(馬)의 힘은 먼 길을 가봐야 알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은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다"
라고 한다.
노요(路遥)와 마력(馬力)은 좋은 친구였다.
노요의 부친은 부자였고, 마력의 아버지는 그 집 종이 었다.
비록 두 사람은 주종 관계였지만 사이가 좋아 같이 공부하고 놀곤 했는데,
어느덧 두 사람은 장성하여 결혼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노요는 재산과 세력이 있어 배필 얻는데 아무 걱정이 없었으나 마력은 너무 빈곤하여
낙담하고 있던 차에 색시감을 소개받았지만 예물을 구할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마력은 같이 공부한 노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노요는 돈을 빌려 주는 대신에 신혼방에서 자신이 마력 대신 신부와 3일 밤을 지내게
해달라고 하였다.
마력은 화가 나 어쩔 줄 몰랐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응락하고, 마침내 좋은 날을 택하여
결혼식을 올렸고, 마력은 고통의 3일을 보냈다.
나흘째 되는 날, 날이 어두워 지자 신혼방에 들었으나 너무나 고뇌에 차서 베개를 끌어
안고 바로 잠자려 하였다.
그런데 신부가 말하기를,
“서방님, 어찌하여 처음 사흘은 밤새 앉아서 책만 보시더니 오늘은 홀로 잠드시려
하십니까?”
마력은 그제야 노요가 한바탕 장난을 친 것을 알고 크게 기뻐하였다.
이후 마력은 친구에게 신세 진 것을 갚기 위해 밤을 낮 삼아 공부하여 마침내 도성에
올라가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이 아주 높게 되었다.
노요는 사람이 호탕하여 베풀기를 좋아하여 결국은 물려받은 재산을 다 탕진하고 궁핍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하루 연명하기가 힘들어지자 옛적에 도와준 친구 마력을 생각하고는 부인과 의논한 후 도성으로 마력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
마력은 노요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한 잔, 또 한 잔을 권하며 노요가 사정을 설명하여도
듣는 척도 아니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마력은
“노요兄, 형수님 기다리시니 집으로 가야지요”
하며 노요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노요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할 도리 없이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동네 입구를 들어서는데 자기 집 쪽에서 통곡 소리가 크게 나는 게 아닌가?
부랴부랴 집으로 가니 부인이 관 하나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노요를 본 가족들은 깜짝 놀라며 기뻐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마력이 사람을 시켜 관을 보내며 노요가 도성에서 급병을 얻어 약도
못 쓰고 죽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웬일 인가 하여 관을 열어보니 그 속에는 금은보화가 꽉 찼고 편지 한 장이 올려져 있었다.
”노요형이 우리 신혼 3일을 지켰으니, 나도 형수님을 한바탕 울게 하였소!”
참 아름다운 우정이 아닐 수 없다.
한평생을 살면서 이런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이타심과 진심에서 우러난 배례가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을 만큼 옹졸한 이기심을 한방에 무너뜨리는 진정한 벗을 우리는 스스로 차버리지 않는지 다시금 새겨
보아야 한다.
-좋은 글 중에서-
"'재능'이란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 김중혁. 『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산문). 마음산책. 2011. -
"보이지 않는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보이는 세계도 지배하게 된다.
'당신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유를 지키는 방법보다는
자신의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을 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오랫동안 알아왔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당신이 매번 어렵게 싸워 하나의 곤경에서 벗어났을 때마다
어째서 다시 더욱더 악화된 곤경에 빠져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윽고 나는 서서히 당신을 이해하게 되면서 무엇이 당신을 노예로 만드는 가를 알아냈다.
그것은 당신 자신 스스로가 노예 감시자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다!"
◎ 빌헬름 라이히. 『 작은 사람들아 들어라 』 에서 -
- 전성원. 『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 인물과 사상사. 2012. p.004. -
"만일 내가 돌이었다면 나는 수치심으로
딱 갈라졌을 것이네
만일 내가 수목이었다면 나는
저 푸른 강을 길어 올리지 못하고
그래서 꽃으로 피지 못하고
까맣게 탄 숯덩이였을 것이네
나는 이 거듭되는 시련들이
마침내는 내 영혼을 정화하리라는
얄팍한 기대를 죽어도 포기 못 한다
그러나 아아, 누가 지옥을 모른다고 해서
지옥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오"
- 윤성근. 「황진이의 추억 」 중에서 -
- 《 행복한 책 읽기. (김현의 일기. 1986~1989) 》. 문학과 지성사.
2007.p.14 -
"긴 겨울 벌판에 눈이 내리고
기우는 집들의 바람벽 봉창마다
불빛이 졸고 있을 때
너는 그것이 따뜻함이라고 말했다
나는 말없이 너와 나의 어깨 사이로 내리는 눌을 보았고
마음 깊이
아니, 그것은 고통이라고 거부했다"
- 김지경. 「 대구에 가서 」 중에서-
- 《 행복한 책 읽기. (김현의 일기. 1986~1989) 》. 문학과 지성사.
2007.p.27 -
"아이 새도를 칠한
달이 뜬
추석 대보름
눈두덩이 푸르스럼한
아니, 요즘 십 대들은
엷은 자색을 눈가에 바르지
아이라인으로 근 다음 뭉개
번지도록
눈화장을 하고
하늘에서 세상 구정물 내려다보지"
- 김영태. 「 눈화장 」 중에서 -
- 《 행복한 책 읽기. (김현의 일기. 1986~1989) 》. 문학과 지성사.
2007.p.58 -
"아이 새도를 칠한
달이 뜬
추석 대보름
눈두덩이 푸르스럼한
아니, 요즘 십 대들은
엷은 자색을 눈가에 바르지
아이라인으로 근 다음 뭉개
번지도록
눈화장을 하고
하늘에서 세상 구정물 내려다보지"
- 김영태. 「 눈화장 」 중에서 -
- 《 행복한 책 읽기. (김현의 일기. 1986~1989) 》. 문학과 지성사.
2007.p.58 -
"부석부석 성에 낀 흙이
논둑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버린 연꼬리와
어른들이 버린 소주병이 차이고
눈에 갇혀 북으로 끌려가는 산들
벙구지서 다시 와리로
물러서는 산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마지막 주먹밥을 손에 들면
상엿집 근처론 벌써 저녁이었다"
- 박태일. 「 주먹밥 」 중에서 -
- 《 행복한 책 읽기. (김현의 일기. 1986~1989) 》. 문학과 지성사.
2007.p.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