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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비명
    문학산책 2021. 2. 10. 04:35

    아름다운 비명

     

                                                           박선희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소리에만 귀 기울여 본 사람은 안다

    한 번도 같은 소리 아니라는 거

    그저 몸 뒤척이는 소리 아니라는 거

    바다의 절체절명,

    그 처절한 비명이 파도소리라는 거

     

    깊은 물은 소리 내지 않는다고

    야멸차게 말하는 사람아

    생의 바깥으로 어이없이 떠밀려 나가 본 적 있는가

    생의 막다른 벽에 사정없이 곤두박질쳐 본 적 있는가

     

    소리 지르지 못하는 깊은 물이

    어쩌면 더 처절한 비명인지도 몰라

    깊은 어둠 속 온갖 불화의 잡풀에 마음 묶이고 발목 잡혀서

    파도칠 수 없었다고 큰소리 내지 못했다고

    차라리 변명하라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저 파도소리 때문인 것을

    너를 사랑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 《 시인 시각 》, 2009년 가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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