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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넋두리. 2024. 01. 19(금)
    넋두리 2024. 1. 19. 12:22

    - 꽃샘추위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사람들이
    봄꽃 시샘하여 심술부린다고 하지만
    엄하고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비 같지요

    좋은 시절 왔다고 들떠 나대지 말고
    좋은 시절 왔다고 어려운 시절 잊지 말고
    힘든 시절 살듯이 늘 조심조심 살라는 말이지요

    - 천둥번개 -

    화사한 봄날 봄다운 봄날
    맑고 밝고 푸른 날 청명
    청명은 춘분 지났다고 저절로 오지 않지요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춘분 말후 오 일 동안 첫 천둥번개 친다 말했지요
    천둥번개 비바람이 청명을 세운 것이지요

    지난 겨울 동안 묵은 때 말끔히 씻어내라고
    아직 남아있는 미련 고집 훌훌 털어버리라고
    씻김굿으로 천둥번개 내리신 것이지요

    경칩이 지났지만 미적거리는 생명들에게
    벼락같은 소리로 일깨워 때맞춰 살라고
    죽비소리로 천둥번개 내리신 것이지요

    만삭 된 꽃봉오리들 꽃문 활짝 열리도록
    마른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초록물 솟구치도록
    생명사랑으로 천둥번개 내리신 것이지요

    하늘그물 넓어서 성기어도 빠뜨리는 게 하나 없다 하였다
    온 땅 곳곳 어느 것 분별 차별 하나 없이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살아갈 힘과 살아낼 힘주시려
    하늘은 천둥번개 내리신 것이지요

    - 민들레 -
    요술쟁이 민들레
    지나가는 벌 나비 부르려
    한꺼번에 작은 꽃
    백 개나 피워서
    큰 꽃처럼 만들었네요

    술쟁이 민들레
    지나가는 바람 잡으려
    쑥쑥 꽃대 키워서
    휘이이 바람 불면
    털풍선 날리고 있네

     

    - 제비꽃-

    제비꽃은 인사쟁이
    온종일 고개 숙여 인사하네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울까요
    캄캄한 밤엔 안 해도 될 텐데
    우리도 제비꽃처럼 인사 나눠요

     

    - 예쁜 꽃 속에는 -

    꽃 속에는 누가 살까요
    따뜻한 해님이 살아요
    부드러운 봄바람이 살아요
    촉촉한 봄비가 살아요
    귀여운 벌 나비가 살아요
    꽃 같은 너와 내가 살아요

     

    - 봄동산에 오를 때 -

    봄 동산에 오를 때
    인디언들은 아이들에게 속삭이듯 가르쳤지요
    아이 가진 어미 배 위 걷는 듯이 하라고

    언 땅 녹자마자 설익은 봄바람에 눈이 맞은
    냉이 꽃다지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줄지어 꽃몸 풀고 봄빛 발하고 있지요

    자기네들 위해 꽃피었다고
    떼 지어 정신없이 꽃구경에 빠진 인간들은
    그 발아래 짓이겨 고개 꺾인 꽃 비명소리 못 듣지요

    봄동산 걸음걸음 옮길 때마다
    봄꽃 생명이 생사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꽃 찾는 마음보다 더 앞서야 해요

     

    - 청명 -

    팡팡팡 팡팡팡
    벚나무 가지마다
    꽃풍선 터트리는
    맑은 봄날 청명 즈음
    부풀은 봄마음도
    꿈결처럼 피어나요

     

    - 사월에 한가득 -

    연둣빛 설레임이 한가득
    분홍빛 그리움이 한가득
    노란빛 기다림이 한가득
    하늘빛 아쉬움이 한가득
    눈부신 햇살이 한가득
    싱그런 봄내음이 한가득
    달콤한 속삭임이 한가득
    화사한 미소가 한가득

    - 《 때를 알다 해를 살다 》 생명살이를 위한 24절기 인문학.
    유종만 지음. (작은 것이 아름답다).2019.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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