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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감성마을에는 이상하게도 꽃들이 한꺼번에 피었다.
진달래, 산벚꽃, 할미꽃, 민들래, 명자꽃, 조팝나무꽃들이 시차도
없이 한꺼번에 피어서 먼저 간 영혼들을 위로하고 추모한다.
자연조차도 모르는 척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며칠 동안 무거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소용이 없다. 쉽게 아물 상처는 아니겠지, 참담하고
부끄럽고 막막하다.
지난밤에는 추적추적 시린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유난히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봄 날씨 답지 않게 춥기까지 하다. 자연도 사람도
평안치 않은것 같다. 쉽게 잊힐 일도 아니고 쉽게 잊지도 말아야 겠다.
하지만 마음만은 잘 추슬러야 하겠다.
밤이 깊었다. 세찬 바람소리가 들린다. 겨울도 아닌데 늑골이 시리다.